
70대 이후에는 “약을 잘 먹는 것”만큼이나 “약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같은 약이라도 고령층은 체수분과 근육량이 줄고, 간·신장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면서 약이 몸에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또한 혈압약, 당뇨약, 심장약, 수면제, 진통제처럼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물 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과 부작용 위험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해외에서는 고령층의 잠재적 부적절 약물(PIM)을 정리한 기준으로 AGS Beers Criteria가 널리 사용되며, 약물군·상호작용·신기능에 따른 용량 조절 등을 체계적으로 제시합니다. 유럽권에서는 STOPP/START 기준이 고령층 처방 점검에 활용됩니다. 국내에서도 의약품 안전사용(DUR) 정보에서 고령층 주의 약물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제1장|왜 70대 이후 ‘고위험 약물’이 문제가 될까요?
고령층에서 약물 부작용은 단순 불편을 넘어 낙상, 골절, 섬망(혼돈), 출혈, 급성 신장손상 같은 큰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갑자기 기운이 없다”, “멍이 잘 든다”, “밤에 자주 넘어질 뻔한다”,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 같다” 같은 변화가 있을 때 노화만 의심하기보다 약의 영향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간·신장 기능 저하 → 약물이 몸에 오래 남고, 적은 용량에도 부작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체수분 감소·체지방 변화 → 지용성 약(진정제 등)의 축적 위험이 커집니다.
- 다약제 복용(Polypharmacy) → 상호작용으로 어지럼·저혈압·출혈 위험이 상승합니다.
- 낙상 취약성 증가 → “졸림·어지럼”은 곧 낙상/골절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 제2장|70대 이상 ‘고위험 약물’ 한눈에 보기(약물군별)
아래 목록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금지”가 아니라, 고령층에서 부작용/사고 위험이 커져서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약물군을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처방은 개인의 질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자가 판단으로 중단하지 마시고 의사·약사와 상의해 주세요.
1) 수면제·진정제 계열(낙상·섬망 위험)
벤조디아제핀계(불안/수면) 약물은 졸림, 기억력 저하, 균형감각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특히 다른 진정 작용 약과 함께 복용하면 위험이 커집니다. 벤조디아제핀은 오피오이드와 병용 시 중추신경 억제가 상승해 심각한 호흡 억제·사망 위험이 경고된 바 있습니다.
- “밤에 화장실 가다 넘어짐”이 잦다면 수면제/진정제 점검을 권합니다.
- 낮에도 멍함·비틀거림이 있으면 복용 시간/용량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2) 항콜린(항히스타민 포함) 성분(입마름·변비·섬망)
감기약·알레르기약·어지럼증 약·방광약 일부에는 항콜린 작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고령층에서는 입마름, 변비, 배뇨장애, 시야흐림, 혼돈(섬망) 위험이 올라가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 “감기약 한 봉 먹었는데 더 멍해졌다” 같은 경험이 있다면 성분을 확인해 주세요.
- 치매/인지저하가 있는 경우 항콜린 부담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3) NSAIDs 계열 진통소염제(위장출혈·신장손상·혈압 악화)
무릎·허리 통증으로 흔히 복용하는 NSAIDs(소염진통제)는 위장관 출혈, 신장 기능 악화, 혈압 상승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뇨제, 혈압약, 항응고제 등을 함께 복용 중이면 더 주의해야 합니다.
- 검은 변(흑변), 속쓰림/위통, 갑작스런 부종이 있으면 즉시 진료가 필요합니다.
- 신장질환(만성 신부전)·심부전이 있다면 복용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4)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및 병용 위험
강한 통증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졸림, 변비, 어지럼, 호흡 억제 위험이 증가합니다. 특히 벤조디아제핀(수면제/항불안제)과 함께 복용하는 경우 FDA에서 심각한 위험을 경고합니다.
- “잠이 쏟아지고 숨이 답답”해진다면 즉시 의료진 상담이 필요합니다.
- 변비가 심해지면 낙상 위험도 함께 증가할 수 있어 동시 관리가 중요합니다.
5) 신병약(항정신병제)·일부 항우울제(인지/낙상 영향)
불면, 불안, 행동증상, 우울 등의 이유로 처방될 수 있지만 고령층에서는 과도한 진정, 기립성 저혈압, 보행 불안정으로 낙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가 동반된 경우에는 적용 여부를 더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 복용 후 “갑자기 멍해짐, 걸음이 느려짐, 자세 바꿀 때 어지럼”이 생기면 점검이 필요합니다.
- 약을 늘리기 전에 수면 위생·생활 루틴 조정이 병행되면 도움이 됩니다.
6) 혈당강하제 중 일부(저혈당 위험)
고령층에서 저혈당은 실신·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식사가 불규칙하거나 체중이 감소한 경우, 당 조절 약의 강도가 과할 수 있어 점검이 필요합니다.
- “식은땀, 손 떨림, 갑자기 멍해짐”이 반복되면 저혈당 가능성을 확인해 주세요.
- 식사량 변화가 큰 시기(감기/입맛 저하)에는 혈당 약 조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7) 항응고제·항혈소판제(출혈 위험)
심방세동, 혈전 예방, 스텐트 시술 후 등에서 중요한 약이지만, 고령층에서는 출혈 위험을 항상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다른 약(소염진통제, 일부 항생제, 건강기능식품 등)과의 상호작용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 “멍이 갑자기 늘었다, 잇몸 출혈, 코피, 검은 변”은 바로 상담해야 합니다.
- 치과 치료·시술 전에는 복용 약을 반드시 알리세요.
🧾 제3장|고위험 약물 ‘증상 신호’ 체크표
| 증상 | 의심해볼 약물군 | 바로 할 행동 |
| 갑자기 자주 넘어짐/비틀거림 | 수면제·진정제, 일부 항우울제/항정신병약 | ✅ 복용 시간·용량 확인, 낙상 위험 상담 |
| 기억력 급저하·혼돈(섬망) | 항콜린 성분, 진정 작용 약 | ✅ 감기약/알레르기약 포함 성분 점검 |
| 검은 변/위통/빈혈 느낌 | NSAIDs, 항응고제 병용 | ✅ 즉시 진료(출혈 가능성) |
| 소변량 감소·부종·급격한 피로 | NSAIDs, 탈수 유발 약물(이뇨제 등) 병용 | ✅ 신장 기능 검사 상담 |
| 식은땀·손 떨림·멍함(저혈당) | 혈당강하제 | ✅ 혈당 측정, 복용 조정 상담 |
🧩 제4장|병원/약국에서 꼭 물어볼 질문 7가지
약 점검은 “잘못 처방했다”를 따지는 과정이 아니라, 현재 몸 상태에 맞게 최적화하는 과정입니다. 아래 질문을 그대로 메모해서 진료실에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 이 약은 70대에서 낙상/섬망 위험이 있나요?
- 제 신장·간 수치 기준으로 용량이 적절한가요?
- 함께 먹는 약/건기식과 상호작용이 있나요?
- “필요할 때만” 먹어도 되는 약이 있나요?
- 같은 효과의 약 중 부작용이 더 적은 대안이 있나요?
- 중단이 필요하다면 감량(테이퍼링) 계획은 어떻게 잡나요?
- 예방접종(독감/폐렴/대상포진 등)과 약 복용은 어떻게 조정하나요?
🛡️ 제5장|70대 약 안전 루틴(집에서 바로 실천)
고위험 약물의 핵심은 “목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줄이는 루틴을 갖추는 것입니다. 아래 루틴은 부담이 적고 효과가 큽니다.
- 약봉지/처방전을 한 곳에 모아 현재 복용 목록을 만드세요(이름·용도·복용 시간).
- 새 약을 추가할 때마다 “졸림/어지럼/변비/혼돈” 변화를 3일~1주 관찰하세요.
- 밤에 화장실 동선을 밝히고, 수면제 복용 중이면 낙상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세요.
- 감기약·진통제 같은 일반약도 “성분”이 겹칠 수 있으니 약국에서 중복 확인을 받으세요.
🚨 제6장|바로 진료가 필요한 ‘레드 플래그’
- 갑작스런 실신, 반복되는 낙상
- 의식 혼미, 심한 혼돈(섬망), 말이 어눌해짐
- 검은 변(흑변), 피 섞인 소변, 멈추지 않는 출혈
- 숨이 가쁘고 과도하게 졸림(특히 진정제·진통제 병용 시)
- 소변량 급감, 심한 부종, 구토가 동반되는 탈수/신장 악화 의심
✅ 마무리|70대 이후 약 점검은 ‘건강을 지키는 보험’입니다
70대 이후의 고위험 약물 관리는 “약을 무서워하자”가 아니라, 필요한 치료는 유지하면서 부작용과 사고를 줄이자는 의미입니다. 특히 낙상·섬망·출혈·신장손상은 한 번 발생하면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므로, 작은 증상 변화도 놓치지 않고 점검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딱 3가지만 실천해 보세요.
1) 복용 중인 약 목록을 정리하고,
2) 최근 2주 내 “어지럼·멍함·낙상”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3) 다음 진료 때 “이 약은 70대에서 안전한가요?”를 꼭 질문해 보시는 것입니다.
※ 본 글은 일반 건강정보로, 개인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약 조정이 필요할 때에는 반드시 의사·약사와 상담해 주세요.